외국어 공부는 단어가 기본입니다. 그리고 단어를 잘 외우려면 복습이 체계적이어야 합니다. 체계적인 복습법, '분산 반복'을 소개합니다.

분산 반복은 띄엄띄엄 복습하는 암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배운 것을 내일 복습하고, 다음엔 4일 뒤에 복습하고, 다음엔 10일 뒤에 복습하는 겁니다. 한 번에 몰아서 10번 복습하는 것보다, 이렇게 며칠씩 간격을 두고 5번 복습하는 것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깜지나 벼락치기는 단 며칠을 버티는 것이 목표지만, 분산 반복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기억을 유지하려는 시도입니다.

왜 장기 기억에 분산 반복이 효과적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분산 반복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모든 건 망각 곡선에서 시작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분산 반복은 점진적으로 복습 간격이 늘어나는 방식만을 가리킵니다. 이 밖에, 항상 복습 간격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망각 곡선

사람은 잊습니다. 또렷하게 잘 암기를 했다고 만족하는 순간 바로 잊기 시작합니다. 심리학자 '에빙하우스'가 1885년에 발표한 실험 결과에서는, 암기를 한 다음 20분 만에 42%를 잊어버리고, 하루가 지난 뒤 74%가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이것을 표현한 그래프를 한 번쯤은 보신 적이 있을텐데요, 초반에는 기울기가 급하다가 시간이 갈 수록 점점 완만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망각 곡선은 대강 이런 모습입니다.

망각 곡선, 즉 기억이 사라지는 속도는 많은 원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각자의 기억력, 암기하는 내용, 학습 환경, 수면 등 변수가 많죠. 에빙하우스의 실험에서 망각 속도가 무척 빠른 이유는 아무 의미 없는 'WUF, ZOF'같은 음절을 외웠기 때문입니다. 영어 단어처럼 의미가 있는 것을 외웠다면 기울기는 전체적으로 좀더 완만했을 겁니다.

분산 반복

낭떠러지 같은 망각 곡선의 모습에 낙담하셨나요? 희망을 가지세요. 기억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망각이 일어나는 시점에 가깝게 복습할수록 기억은 더 오래 유지됩니다.

따라서, 처음 공부하고 나서 잊어버리기 직전에 복습하고, 그 뒤에 또 잊어버리기 직전에 복습을 해나간다면, 복습 횟수는 줄이면서 점차로 복습 간격을 늘려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분산 반복입니다. 그리고 분산 반복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잊어버리기 직전 시점'을 정확히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산 반복의 효과: 복습을 더해갈 수록 망각 속도가 줄어듭니다.

1960년대, 핌슬러라는 학자는 외국어 학습에 알맞은 복습 간격 규칙을 발견합니다. 지금도 영어권 학습자를 대상으로 인기가 높은 오디오 교재인 핌슬러 시리즈는 '5초-25초-2분-10분-1시간-5시간-1일-5일-25일-4개월-2년' 간격으로 같은 내용을 들려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완벽한 복습 타이밍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망각 곡선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원인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따라서, 대부분 분산 반복 시스템은 복습 간격을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칫 복습 간격이 너무 넓으면 완전히 잊어버리게 되니까요. 최적의 복습 간격으로 계산한 시점보다 조금 앞서 복습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학습 카드

분산 반복과 같이 사용하면 아주 좋은 도구로 '학습 카드'가 있습니다. 기원이 언제인지도 모를만큼 오래된 방법이지만, 이제 막 글씨를 배우는 어린이부터 자격증을 준비하는 어른까지, 지금도 널리 사용하는 전통적인 공부법입니다.

암기 카드의 예

학습 카드는 양면에 공부할 내용을 간단히 적어놓은 카드입니다. 한 쪽은 질문이고, 다른 쪽은 답이 되죠. 앞에는 사과 그림이 있고, 뒤에는 'Apple'이라고 적혀 있는 낱말 카드가 전형적인 학습 카드입니다. 한자 공부 책을 사면 부록으로 주는 '암기 카드'도 같은 것입니다. 이밖에도, 의학·법률·역사 등 암기가 필요한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는 플래시 카드(flashcard)라고 합니다.

학습 카드의 특징은 단순함입니다. 질문과 답을 작은 카드 안에 담아야 하니까, 영어 단어나 한자처럼 긴 설명 필요없이 딱 떨어지는 내용에 학습 카드를 많이 사용합니다.

또, 단순해야 좋은 학습 카드입니다. 카드 하나에는 질문을 하나만 담아야 하고, 카드끼리 서로 답이 헷갈려서는 안 됩니다. 또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단답형이 좋고, 복잡하고 긴 내용은 짧게 끊어서 여러 카드에 담아야 합니다.

학습 카드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모르는 내용만 집중: 카드 하나에 공부거리 하나만 담기 때문에 모르는 내용과 아는 내용을 구분하기 쉽습니다. 정답을 맞힌 카드는 제쳐놓고, 모르는 것만 집중할 수 있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요.
  2. 능동적 회상(Active Recall): 학습 카드는 하나하나가 작은 퀴즈입니다. 같은 내용을 복습하더라도, 책을 그냥 한 번 더 읽는 것보다, 퀴즈 형식으로 답을 떠올려가면서 복습하는 쪽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라이트너 시스템

라이트너 시스템은 학습 카드와 분산 반복을 합친 공부법입니다. 세바스티안 라이트너라는 사람이 1970년대 초에 고안한 이 방법은 '학습 상자'를 만들어서 카드를 관리합니다. 학습 상자는, 속을 다섯 칸으로 나누되, 첫째 칸부터 다섯째 칸까지 점점 넓어지게 만든 것입니다.

라이트너의 학습 상자

학습 상자 사용법 (자세한 내용은 들녘 출판사의 '공부의 비결' 참고):

제일 좁은 첫째 칸에 공부할 카드를 넣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정답을 맞힌 카드는 둘째 칸으로, 그렇지 못한 카드는 첫째 칸에 그대로 둡니다. 첫째 칸에서 카드가 빠져나가는 만큼 계속 새 카드를 추가하면서 계속 공부하다보면, 둘째 칸이 찹니다. 그러면 둘째 칸의 카드를 복습해서 맞힌 건 셋째 칸으로, 틀린 건 첫째 칸으로 옮깁니다. 이런 식으로 다섯째 칸이 찰 때까지 공부합니다. 다섯 째 칸의 카드 중에서 맞힌 것은 학습 상자를 졸업하지만, 틀린 카드는 첫째 칸으로 옮깁니다. 어느 칸의 카드든지 틀리면 무조건 첫째 칸으로 옮겨져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이 방식으로 분산 반복이 가능한 이유는, 칸 크기가 단계적으로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칸이 넓을수록 다 찰 때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다음 칸으로 이동할때마다 복습 간격도 넓어지는 것이죠.

칸의 넓이로 복습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수동으로 많은 카드를 관리할 때는 편하지만, 같은 칸에 있는 카드라고 하더라도 서로 복습 간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카드를, 얼마나 자주 공부하는지에 따라 칸이 차는 속도가 달라지니까요.

분산 반복 소프트웨어: 개선된 라이트너 시스템

분산반복 프로그램의 원조 슈퍼메모. (출처: Supermemo Help)

라이트너 시스템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면서, 분산 반복의 효과를 더 높이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SuperMemo가 있고, 무료 프로그램 중에서는 AnkiMnemosyne가 유명합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라이트너의 학습 상자와 몇 가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1. 시간으로 정하는 복습 간격: 칸의 넓이를 기준으로 복습 간격을 결정하는 라이트너의 학습 상자와는 달리, 미리 정한 시간 공식으로 각 카드의 복습 계획을 짭니다. 공부하는 카드의 개수와 복습 빈도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복습 시점을 더 정확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2. 이해도에 따른 채점: '맞힘/틀림'의 단순한 구분이 아니라, '전혀 모름/간신히 맞힘/적당히 어려움/너무 쉬움' 등으로 나누어 정답 여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자마자 정답이 떠오른 카드와 간신히 찍어서 맞힌 카드를 같이 취급하면 불공평하겠죠. 이해도에 따라 답을 체크하면 그 카드의 다음 복습 간격을 계산할 때 반영됩니다. 간신히 맞힌 카드는 복습 간격을 적게 늘리고, 쉽게 맞힌 건 많이 늘리는 것이죠.

  3. 다섯 칸 이상 무한대까지: 종이로 만든 카드는 많은 수를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라이트너의 학습 상자는 5단계에서 끝나죠. 그러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는 수만 개의 카드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5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복습 간격이 수개월에서 수년이 될 때까지 이어갈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카드의 복습 간격이 학습자의 남은 수명보다 길어질 때까지 공부할 수 있는 것이죠.

분산 반복의 한계

분산 반복으로 단어를 외울 때의 한계는 두 가지입니다. 모든 단어장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1. 고립된 단어: 학습 카드로는 단어의 고립된 뜻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예문을 추가해서 문맥을 보충할 수는 있지만, 그래 봤자 이어지지 않은 따로 떨어진 문장입니다. 실제 상황에서 단어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 또 단어가 어떤 식으로 문장 속에 결합하는지 이해하려면 다양한 상황에서 단어를 접해야 합니다.
  2. 최소한의 반복: 분산 반복이 아무리 효과적이어도, 영어 단어를 우리말처럼 익숙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분산 반복은 최소한의 반복입니다. 단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정도가 되려면 훨씬 많은 반복이 필요합니다.

이 한계를 넘어서려면 소설이나 영화, 라디오 같은 실전 외국어를 많이 듣고 읽어야합니다. 분산 반복이 좋은 보조 도구는 될 수 있지만, 전체 외국어 공부의 작은 부분만 담당할 뿐입니다. 진짜 외국어 공부는 단어장 밖에서 이루어집니다.

암기가 전부는 아니지만, 어차피 외워야 할 내용이라면 분산 반복을 활용해봅시다. 앞으로는 무료 분산 반복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Anki의 사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기쁜 곰돌이
    이 방법을 쓰니 어려운 단어들도 쉽게 장기간 동안 외울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항상 외울 수는 있던데 장기 기억을 못하니까 영어 단어 외운 효과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이 방법을 쓰니까 외국 쌤하고도 외운 단어들 종종 쓰고 영어로 적거나 할 때 막힘 없이 쓰는 효과가 있어요
  2. ㅇㄹㅇㄹ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 프로그램이 제 수능 성적을 많이 올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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